산 속에 칩거하여 10년 간의 폐관 수련을 마친 남궁제에게 가르침을 얻고자
정파 후기지수들을 대표하여 화산파의 여류 고수 매화일봉 운설영이 정중히 포권을 한 뒤 검을 뽑았다.
"무림 말학이 선배님께 한 수 배우겠습니다."
깍듯한 후배의 말에 남궁제가 허허롭게 웃으며 대꾸했다.
"무림의 선배로서 삼 초식을 양보할 터이니 들어오시게."
순간 비무를 참관하던 관중들의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.
"삼 초식을 양보한다고? 시대가 어느 때인데 고작 삼 초식이란 말인가?"
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에 남궁제는 의아하다는 듯이 자초지종을 묻자 한 여성 관중이 혀를 차며 대꾸했다.
"후배가 남성이라면 응당 삼 초식을 양보하는 것이 관례이나 여남평등 관점에서 볼 때 다섯 초식을 양보하는 것이 관례요,
거기에 현재 화산은 여성 장문인이 이끌고 있기 때문에 삼 초식을 추가로 더 양보해야하며,
운 낭자는 육식주의자들과는 달리 모태부터 채식을 하였으니 육식을 하고 영물의 내단 등을 섭취하며 내공을 쌓은
여타 후기지수들보다 내공이 낮은 것을 감안하여 가진 바 공력의 삼 할을 금제하고 싸우는 것이 현재 무림의 법도요."
무림이 미쳐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말에 남궁제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 가는 와중에 운설영의 나지막한 혼잣말이 들렸다.
"하여간 미개한 무림 중남충들은.."
그 날, 10년의 폐관 수련을 통해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다던 남궁제는 주화입마에 걸려 폐인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.